충치 갯수가 아니라 치료할 치아 갯수가 중요합니다. -3- > 닥터컬럼 | 은평 사과나무치과 은평 사과나무치과
   

 

충치 갯수가 아니라 치료할 치아 갯수가 중요합니다. -3-

권희준 2016-11-16 (수) 23:34 8년전 21893  

그럼 이렇게 말할수 있을수도 있겠죠. 

"모든 충치가 계속 썩는 것은 아니라는 말은, 일부 충치는 계속 진행된다는 얘기인데, 미리미리 치료하는 게 무슨 문제냐"고.

 

정말 그럴까요?

 

먹는 동안 치아는 위에서 누르고 비트는 힘을 받습니다. 충치를 깎아 파낸 공간을 단단한 재료로(아말감, 레진, , 테세라 등) 채운다고 해도, 깨무는 힘은 보철물을 통해 결국 치아로 전달됩니다. 다시 말하면 이를 깎아내고 나면 (그 부분을 채우더라도) 힘을 받는 치아의 크기가 줄어듭니다. 하지만 무는 힘은 줄어들지 않을 테니까 남아있는 부분이 받는 힘은 더 커집니다. 치아가 부러지거나 깨질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앞니를 제외한 나머지 치아, 작은 어금니와 큰 어금니는 바깥쪽과 안쪽 부분이 봉우리처럼 솟아 있고 가운데에 골짜기처럼 패인 부분이 있습니다.(그림 2) 봉우리 부분에 무는 힘이 가해 지면 그 힘의 일부는 치아를 벌리는 방향으로 바뀝니다. 하루에 무는 횟수를 1000번이라고 잡으면, 5년만 지나도 2백만번 가깝게 무는 셈인데, 힘의 크기가 단번에 이를 부러뜨리기엔 작겠지만 이 작은 힘을 수 백, 수 천만번 받으면 일부 치아는 그림 3처럼 쩍 갈라질 수 있습니다. 무는 근육의 힘이 강한 사람일수록, 단단하거나 질긴 음식을 자주 먹는 사람일수록 이가 갈라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3bff39b46ea7b5ef226a7ee08516038d_1479306119_8118.png 

그림 2. 치아의 봉우리와 골짜기


3bff39b46ea7b5ef226a7ee08516038d_1479306182_095.png
그림 3. 갈라진 치아


손상 받지 않은 멀쩡한 치아도 이렇게 갈라지는 경우가 있는데, 충치를 깎아낸 치아라면 그 가능성은 당연히 커집니다.


그림 4는 치아 모형을 깎아낸 사진입니다왼쪽 사진은 윗면에 생긴 충치를 깎아내 치아의 가운데가 패였지만, 주변의 벽은 온전하게 남았습니다가운데 사진에서는 한 쪽 벽이 무너졌고 윗면까지 깎였습니다. 오른쪽 사진은 양쪽 벽과 윗면을 깎아내어 치아의 가운데에서 연결됩니다

 

3bff39b46ea7b5ef226a7ee08516038d_1479305823_8993.png 3bff39b46ea7b5ef226a7ee08516038d_1479305825_9902.png 3bff39b46ea7b5ef226a7ee08516038d_1479305828_629.png
 

그림 4충치 부분을 깎아 낸 치아의 모형 사진


이 치아들을 아말감이나 금, 세라믹으로 채운다고 해도, 그림 4의 오른쪽 치아로 음식을 먹으면 쪼개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입니다. 

 

그림 5는 치과 치료가 진행되는 동안의 자연 치아 생애를 보여줍니다

처음에 멀쩡했던 치아의 윗면에 충치가 생기면 깎아 때운 치아를 씁니다. 그러다가 옆면이 상해 또 깎게 되고, 점점 더 많이 깎다가 결국 이를 통째로 씌웁니다.(크라운; crown). 나중에는 신경치료(근관치료)를 받습니다. 구조적으로 점점 약해지는 치아를 보강하기 위해 뿌리에 기둥(post)까지 심었습니다. 그래도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될까요? 그 다음은 불행하게도 이를 뽑아야 합니다.

 

3bff39b46ea7b5ef226a7ee08516038d_1479306244_899.png
 

그림 5. 치료 받은 치아의 생애

 

치아를 오래 쓰기 위해 충치 치료를 합니다

진행 중인 충치라면 방치하지 않고 가능한 빨리 치료를 받아야 그나마 남게 되는 치아 부분이 많아져 오래 쓰는 데 유리합니다. 그런데 깎아내지 않아도 되는 부분을 파버린다? 초기 충치가 진행된 부분(색은 변했어도 표면이 단단한 부분)도 무는 힘을 받아내는 면에서는 다른 멀쩡한 치아 부분과 다를 게 없습니다. 초기 충치를 깎아내는 것은 온전한 치아를 일부러 약한 구조물로 만드는 일입니다

 

충치 치료를 꼭 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치아에 손을 대서는 안 됩니다. 치료가 필요한 지 여부가 불분명해 애매한 상황이라도 적절한 충치 치료 시기를 정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검진을 하고 가능한 한 치료 시기를 늦추는 것이 필요합니다.

 

충치는 꼭 치료해야 하는 것이 상식인 시대. 상식을 거스르며 충치를 치료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 어쩌면 치과의사에게 더 피곤한 일입니다. 환자들에게 앞서 서술한 설명을 계속 반복해야 합니다. 오히려 충치니까 치료합시다라고 하는 게 치과의사와 환자 사이의 논란을 줄입니다. 그래서 이른바 양심치과에서는 치료할 필요가 없는 초기 충치를 충치가 아니라고 한 것은 아닐까요?

 

이제 사실이 상식이 되길 희망합니다.

 

충치에 관한 사실.

1. 충치 진행이 멎을 수 있다. 그래서 모든 충치를 치료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2. 치아를 깎아내면 구조적으로 약해진다. 충치 치료는 치아를 깎아낸다. 꼭 필요한 경우에만 충치 치료를 받아야 한다.

3. 충치 개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치료 받아야 할 치아 개수가 중요하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에 관한 내용을 확인하고 동의합니다. [자세히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