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치과계를 주도하는 키워드는 단연 ‘불신’과 ‘양심’입니다. 치과마다 충치 개수가 다릅니다. 어느 치과에서 “충치가 열 몇 개”에 “치료비는 얼마”라는 얘기를 듣고 다른 치과에 갔더니 “칫솔질만 잘 하라”고 했다는 사연, 이제 알 만한 사람은 다 압니다. 결국 한 공중파 방송 탐사보도 프로그램에서 치과마다 진단 결과와 치료비가 다르다는 것을 보도하더니, 다른 공중파 채널에서는 스페셜 프로그램을 편성해 이른바 ‘양심’ 치과에 대해 방송했습니다.ᅠ
왜 이런 차이가 생길까요?
그건 충치에 대한 잘못된 상식 때문입니다.
상식이라고 알고 있는 충치에 관한 몇 가지 생각들이 정말 옳은 지 살펴보겠습니다.
1. 충치는 모두 치료해야 한다.
2. 한 번 충치가 생기면 계속 진행해서 점점 심해진다.
3. 충치 치료는 가능하면 빨리 받는 것이 좋다.ᅠ
모든 문장이 사실이라고 생각한다면, 이 시리즈 글을 끝까지 읽기를 권해드립니다.
(게시판 글자 수 제한 때문에 나눠 쓰게 된 점 양해바랍니다. ^^)
충치를 알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자기 입안을 거울로
들여 보거나, 다른 사람 입 속을 볼 때 치아 표면에 검게 보이는 걸 발견하고 “충치인가?”싶어 치과에 갑니다. 대부분 충치 맞습니다. 간혹 곡물 껍데기
같은 것들이 끼어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그런 경우 거의 충치입니다. 검거나 짙은 갈색으로
변했다고 해도 실처럼 좁게 자리잡은 단단한 것도 있고, 표면이 물렁물렁하고 패여 밥풀이 들어갈 만큼 큰 것도 있습니다. 모두 충치입니다. 일반인도 알아보는
이런 것을 치과의사라고 다르게 볼 리 없습니다. 다른 것은 충치의 상태가 아니라, 치료를 할까?/말까?의 판단입니다.
(이 문단은 다소 전문적인 내용이 있습니다. 읽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그 다음 문단으로 넘어가도 괜찮습니다.)
충치의 원인이 되는 세균은 필요한 에너지를 얻기 위해 탄수화물(fermentable carbohdrates; 설탕 같은 당류와 녹말)을 분해하는데, 이 과정에서 산성(酸性) 물질이 나옵니다. 이 산(酸)이 치아 표면으로 확산되면 치아를 구성하는 무기질을 녹여 결과적으로 충치를
만듭니다. 당분(설탕)을 함유한 음식이나 음료가 입안에 들어 오면 세균은 즉시 설탕을 산으로 전환하고, 그렇게 생겨난 산은 침에 의해 중화되기 전까지 치아 표면에 머무르며 접촉합니다.
칼슘, 인과 같은 미네랄(광물질)은 치아 표면이 산성으로 유지되는 동안 치아에서 빠져 나오고 (demineralization; 탈회), 침에 의해 중화된 이후에는 다시 치아 표면과 결합합니다(re-mineralization; 재광화). 빠져나가는 미네랄과 채워지는 미네랄의 양이 비슷해 균형을 이루면 충치는 진행되지
않습니다. 그 균형이 깨지고 미네랄이 일정 수준 이상 빠져나가게 되면 치아의 표면은 처음의 색깔, 질감, 모양 등을 잃고 변형되는데, 이 변형의 정도를 분류하는 것이 충치의 진단입니다.ᅠ
최근에 충치 진단에 많이 인용되는 ICDAS(International
Caries Detection and Assessment System; “아이씨다스”라고 읽습니다.) 기준입니다. (https://www.icdas.org)
Sound는 충치 없이 건강하다는 뜻이고 값 “0”을 붙입니다. 여기서 조금이라도
표면이나 색이 변하면 초기(early stage; “1”, “2”)이긴 하지만 어쨌든
충치(decay)가 됩니다. 진행될수록 침범하는 부위도 커지고 값도 “5”, “6”까지 증가합니다.
표 1. ICDAS score
값 1을 받은 치아도 충치는 충치입니다. 그럼 값 1의 초기 충치도 치료해야 할까요?